밥 먹을 땐 가볍게 흘리면서 볼 수 있는 영화가 딱이지, 머더 미스터리.
점심으로 짬뽕을 시켰다. 남편은 짬뽕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동안 볼 게 없다고 꿍시렁하지만 끊지 못하는 넷플릭스를 열정적으로 뒤지더라.
한참을 말없이 화면을 응시한 채 리모컨 버튼을 딸깍거리며, 눈동자만 굴리다가 갑자기 저 포스터 애덤 샌들러 맞지하고 물었다. TV에 애덤 샌들러와 제니퍼 애니스톤을 담은 포스터가 보여 그렇다고 답했다.
가볍게 보기 좋겠단 얘기에 동의하여, 오늘 점심 먹으며 볼 영화로 2019년 작 머더 미스터리(Murder Mystery)를 Pick!
머더 미스터리는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집중하지 않고 밥을 먹으며 볼 수 있는 영화다.
거기에 영화의 주인공들이 부부다 보니, 아내의 대사나 심리 묘사에 동조하게 되고, 둘 사이의 트러블이나 좋은 순간들이 실제 부부의 모습 같아 보여, 실소를 지을 수 있다.
목요일 점심을 즐겁게 채워 준, 짬뽕과 머더 미스터리에 대해 이야기하련다.
머더 미스터리, 요건 알아야 이 글이 이해된다
줄거리: 오랫동안 미뤄왔던 유럽 신혼여행을 드디어 떠났건만 이게 웬 살인 사건? 뉴욕 경찰 닉과 미용사인 그의 아내 오드리는 황당한 누명을 쓴다. 요트 안에서 억만장자를 살해했다니? 허당 경찰 남편과 추리광 미용사 아내의 좌충우돌 미스터리 해결기!
애덤 샌들러와 재미퍼 애니스턴의 유쾌한 추리 영화.
출연: 애덤 샌들러, 제니퍼 애니스톤
러닝타임: 97분
위는 이 글에서 필요한 정보를 밝히기 위해 각색한 줄거리이다.
아내는 수다의 메카 미용실의 미용사이자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자기 전에도 비행기에서도 읽는 미스터리 광이다. 남편은 사격 꽝, 형사 시험에서 연거푸 떨어졌음에도 이번엔 아까웠다고 다음엔 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어설픈 경찰이다.
어떻게 봐도 말 많고, 탈 많을 것 같은 역할을 제니퍼 애니스톤과 애덤 샌들러가 맡아 찰떡같이 소화했다. 웃기다.
짬뽕과 짬뽕밥 그리고 머더 미스터리
오랜만에 나의 차애 짬뽕집에서 배달을 시킨터라 이미 심장은 쿵쾅쿵쾅.
음식을 상에 올리자마자 영화 재생.
인서트가 나오는 동안 음식 준비가 끝나야 한다, 그래야 영화를 보면서 밥 먹는다와 짬뽕 국물을 옷에 묻히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초집중해서 포장을 샤샤샥 벗겼다.
한 그릇엔 면 퐁당, 한 그릇엔 밥 풍덩, 아 행복한 점심이 시작되었다.
머더 미스터리는 특별한 설정도 장치도 없고, 대충 어쩌다 보니 주인공들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전개의 뻔한 코미디 영화이다.
하지만 비실비실 웃음이 나고, 맛있는 짬뽕을 더 맛있게 만들어 주는 유쾌한 코미디 영화이기도 하다.
머더 미스터리 러닝타임 97분, 밥 먹고 잠깐 쉬고, 식사 정리까지 하는데 딱 맞는 시간이었다. Very good!
얼큰 매콤 짬뽕 같은 부부 사이
투닥투닥이 일상인 닉과 오드리를 보면서 피식 웃음이 새 나오는 것은 우리와 닮아서겠지.
뭐 하나를 해도 미주알고주알 한참을 얘기해서 결정하고, 한 사람 말을 따르려면 이유까지 다 알아야 하고, 동의할 때까지 계속 질문하고..
대화인지 수다인지 모를 말들 속에서 ‘아, 지겹다. 또 언제까지 하련가’라는 생각을 하루에만도 몇 번을 할 정도다.
그렇다 보니 오드리와 닉 사이에 마찰이 있거나, 말다툼하는 장면마다 우리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당연지사다.
남들이 보면 우리도 저럴까 싶기도 하고, 투닥거림에 애정이 느껴져 사랑스럽고 쾌활한 그 부부를 흐뭇하고 므흣하게 감상했다.
꽤 현실이 반영된 아내가 사다 달라고 한 약 대신 가격이 더 저렴한 약을 사 오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가끔 남편이 좀생이처럼 굴 때가 있어서 공감한 건 안 비밀이다.
부부가 페라리를 모는 장면에서 남편이 ‘우와, 로망’이라고 하는데, 정말 푸핫하고 웃었다. 21개월 된 아이 아빠가 페라리를 운전하는 장면을 보고 로망이라며 탄성을 지르는데, 없는 철에 어이가 없어, 아직도 저런 로망이 있구나 싶어 귀여워 나온 웃음이었다.
닉과 오드리 부부만의 얼큰 매콤한 짬뽕 같은 모습이 나에겐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다가왔다 .
짬뽕 한 그릇 뚝딱, 제대로 해장했네
어제저녁, 술자리가 생겨 적당히 음주를 즐겼다. 해장으로 햄버거, 커피, 콜라와 같은 음식? 음료?를 찾는 게 보통인데, 오늘은 웬일로 짬뽕으로 해장하고팠다.
좋아하는 짬뽕을 먹으며 재밌는 영화를 감상한 덕분에 속뿐만 아니라 기분까지 해장 되었다.
배부르고 웃어서 기분 좋은데, 왜 이리 졸리지.. 이제 잠 해장을 해야겠다.
당신은 오늘 어떤 점심시간을 보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