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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걸으렴, 예쁜 딸과 어린이집 가는 날

꽃 길만 걷게 해주고픈 어여쁜 딸과 어린이집 가는 날, 아이와 걸으며 나누었던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어린이집 가는 날-꽃길을 표현하기 위한 꽆밭 사진

꽃 길만 걷게 해주고픈 어여쁜 딸과 어린이집 가는 날,
등원 시간 맞추느라 헐레벌떡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일상.

오늘따라 좀 늦더라도 아이와 천천히 걸어가며 이야기도 하고 가는 길 구경도 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22개월밖에 안 된 아기와 무슨 대화를 하겠냐마는 아이의 추임새 같은 ‘어’, ‘우와’, ‘에’라는 대답만으로도 흥이 나는 게 엄마인가 보다.
평소면 20분 걸릴 거리를 40분을 걸어가며 아이와 나누었던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꽃처럼 예쁜 딸과 어린이집 가는 날

아파트 화단의 구석에 피어난 물망초가 시초였다. 곱게 핀 물망초가 나의 이목을 끌었고, 아이의 자전거 유모차를 가까이 댄 후, ‘유경아, 이 꽃 이쁘다~’ 했더니, 꽃을 유심히 보며 ‘에’하고 대답하더라.

집 앞 화단에 핀 물망초
어린이집 가는 날의 시작이 된 집 앞 화단에 핀 물망초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뽀뽀를 쪽쪽쪽쪽~ 다시 출발.
기분 좋아진 유경이, 뒤를 돌아보며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킨다. ‘간식 줘?’, 고개를 끄덕끄덕, 견과류 입에 하나 넣어주고 손에 두 개 쥐여줬더니 신나게 손 흔들며 가잔다.
길가에 핀 꽃들 구경, 시장 안의 생선 구경을 하며, 충전되는 간식을 즐긴 터라, 행복하게 뒤도 안 돌아보고 어린이집 안으로 뛰어 들어간, 유경이와 어린이집 가는 날.

꽃길만 걷게 해주고픈 사랑하는 딸

남의 아파트 벽에 핀 장미꽃이 왜 이리 예쁜지, 담벼락에 유모차를 대고 사진을 찍었다. 휴대폰을 달라며, 찡얼거리려고 해서 사진 찍는 거야 하면서, 카메라로 찍는 모습을 보여줬더니 신기해하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이고, 유경아, 네가 훨씬 이쁘다!

어린이집 가는 날 본 빨간 장미
어린이집 가는 날 본 빨간 장미
담장에 핀 붉은 장미 꽃들
남의 아파트 담벼락의 장미꽃

남의 집 아치문에 핀 장미, 어느 교회 옆에 핀 분홍 장미, 길거리 화단의 들꽃과 작은 꽃들, 슈퍼 앞을 가득 메운 다양한 꽃들을 품은 화분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건 색이 예쁘네, 조그맣고 귀엽다고 하며, 수다를 떨었다.
시장 안 길을 지나갈 때도, ‘이건 미꾸라지야, 엄마는 가끔 먹고 싶은데 주변에 먹는 사람이 없네’라고 말하고, 유경이가 가리킨 해산물이 무엇인지 대답하며, 모녀 토크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아이와 교감하며 어린이집 가는 날.
왕복 한 시간의 등원 & 집 복귀의 시간으로 다리는 피로하지만, 마음이 따끈 달큰해져서 마냥 포근하게 걸어올 수 있었다.

오늘 등원 길처럼, 너의 매일이 웃음으로 가득하고 신남이 충만하길 엄마는 바란다. 항상, 언제나, 100% 꽃길을 갈 수는 없겠지만, 커다랗고 매혹적인 붉은 장미도, 작고 가냘픈 들꽃도 모두 꽃이니, 평범한 일상도 행복하게 여길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어느 교회 옆에 핀 분홍 장미들
어느 교회 옆에 핀 분홍 장미들
슈퍼 앞을 가득 메운 화분 중 찍은 이름 모를 예쁜 분홍색 꽃
슈퍼 앞을 가득 메운 화분 중 이름 모를 예쁜 꽃

아가, 들꽃도 이름이 있단다

아이와 길을 걸으며 본 들꽃도 이름이 있더라.
얼마 전 친구의 꽃가게에서 3일 알바를 했다. 1년에 한번 하는 알바라 보통 전문적인 일은 할 수 없고, 꽃병 닦기, 청소, 손님 응대와 같은 일을 했다. 이번에는 어찌어찌 다발꽃의 줄기 다듬기에 착수했는데, 가시가 있는 줄기, 끈끈한 줄기, 노란 가루가 떨어지는 줄기 등 여러 꽃을 다듬었다.

여러 들꽃의 줄기도 정리하며, 들꽃도 꽃시장에서 판매하는 게 참 재밌다고 생각했다. 들꽃을 팔기 위해 농장에서 기른 것일지, 알아서 자라고 있는 들꽃을 베어다가 파는 것인지는 여전히 궁금하다.
친구에게 몇 가지 들꽃의 이름을 물어보고, 다듬는 동안 이름을 되뇌었다.
‘아, 들꽃도 이름이 다 있구나. 길에서 돌봄 없이 자라도 이들을 알아주는 이가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친구네 꽃집에서 다듬었던 이름모를 들꽃
친구네 꽃집에서 다듬었던 이름모를 들꽃
어린이집 가는 날, 길가에 핀 예쁜 들꽃을 발견하다
어린이집 가는 날, 길가에 핀 예쁜 들꽃을 발견하다

우리 아이가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히 할 줄 알고, 작은 틈바구니에 있는 사람들도 보듬을 수 있는 어른이 되길 바라는 것은 부모의 욕심이겠지.
허나 그렇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고 키운다면,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진 않을까.
오은영 박사님은 아시겠지만, 난 아직 어떤 양육 방식이 유경이에게 맞는지 모르겠다.
다만 아이의 웃음, 유경이가 오늘도 많이 웃고, 내일은 더 많이 웃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어린이집 가는 날, 일상일 뿐인 오늘이 꽃, 수다, 간식, 웃음, 사랑으로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역시 꽃을 보고 느꼈더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김춘수 시인의 ‘꽃’.
다시 한번 음미해 보련다.

길가에 곱게 핀 들꽃
이름은 몰라도 너의 예쁨은 알겠구나, 들꽃아

꽃 시, 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강렬함을 자랑하듯 붉게 빛나는 장미
어린이집 가는 날,
강렬함을 자랑하듯 붉게 빛나는 장미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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